아래는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1』에 대한 글로, 작품의 문학적 깊이와 철학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구성한 내용입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고요한 회상 —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1』을 읽고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Marguerite Yourcenar)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은 단순한 역사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 권력, 사랑,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철학적 독백이자, 실존적 삶을 탐색하는 문학적 유서다. 특히 제1권은 노년의 하드리아누스가 스스로의 삶을 회고하는 형식을 통해, 제국의 황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그 고요하고 절제된 문장은 독자에게 로마 제국의 황금기를 넘어, 인간 보편의 문제를 묻는다.
1. 서간체라는 형식: 문학과 역사의 경계 넘기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은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깨달음으로 시작된다. 하드리아누스는 양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향한 긴 편지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서술한다. 그러나 이 편지는 단순한 개인의 전기나 역사적 연대기라기보다, 오히려 사색과 반성, 회상과 고백으로 짜인 한 편의 내면 일지에 가깝다.
유르스나르는 이 작품을 집필하는 데 20년 이상을 소요했다. 방대한 사료 연구와 라틴어, 그리스어 문헌에 대한 숙독을 통해, 그녀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 세계의 정신을 ‘내면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가 바로 하드리아누스라는 인물을 통한 존재 탐구로 드러난다.
2. 삶의 균형을 추구한 황제의 초상
하드리아누스는 전형적인 ‘철인 군주’다. 그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으며, 평화를 추구했고, 로마의 팽창보다 안정과 내실을 중요시했다. 여행을 즐기고, 건축을 사랑하며, 문학과 철학, 특히 스토아주의에 경도되었던 그는, 그야말로 제국의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지녔다.
하지만 『회상록』은 그가 단순히 이성적이고 완벽한 존재가 아님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하드리아누스는 자신의 분노, 질투, 오만, 육욕, 실수들을 솔직히 고백한다. 이는 유르스나르가 의도한 “절제된 진실의 문장”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는 자신이 체험한 권력의 쾌감과 책임, 외교의 모순, 인간관계의 섬세한 감정선을 모두 담담히 돌아본다.
그의 통치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조차 그는 “삶은 늘 모자라고 부족한 것”이라 느낀다. 이러한 고백은 그가 철학자처럼 사색하는 황제이면서도, 동시에 평범한 인간의 불안과 고통을 지닌 존재임을 드러낸다.
3. 안티노우스의 죽음과 사랑의 상실
제1권의 중심 정서 중 하나는 ‘사랑의 상실’이다. 하드리아누스는 그의 연인이자 젊은 그리스 소년 안티노우스를 언급하며, 그의 죽음이 자신에게 남긴 공허함과 절망을 회상한다. 안티노우스는 단순한 애인 이상의 존재였다. 그는 하드리아누스에게 있어 젊음, 아름다움, 이상, 자유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나일강에서의 안티노우스의 비극적인 죽음은 하드리아누스에게 있어 실존적 붕괴의 순간이었고, 삶의 방향을 다시 구성해야 하는 고통의 시기였다. 이 상실은 단지 감정적 애도의 차원을 넘어,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죽음의 불가피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는 안티노우스의 죽음을 신격화하고 그에 대한 조각상과 신전을 건설하며 자신의 감정을 기억의 형상으로 남기려 한다. 그 행위는 곧 ‘죽은 자를 살리는 일’이 아니라, 그를 잊지 않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다.
4. 죽음을 앞둔 자의 고요한 철학
제1권 말미에서 하드리아누스는 자신의 죽음을 조용히 준비한다. 그는 죽음을 공포가 아닌, 하나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생의 모든 시기는 그 나름의 정당성을 갖는다.”는 그의 말처럼, 노년과 죽음조차도 생의 일부로 수용된다.
그는 삶을 정리하며, 과거의 자신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아본다. 자기기만이나 과장 없이, 실수와 오류를 인정하는 용기와 담담함은 독자로 하여금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묻게 한다.
5. 문체의 아름다움과 사유의 깊이
유르스나르의 문체는 깊고도 고요하다. 화려하거나 과장된 수사는 없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은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들이 지녔던 진중한 사유, 내면의 침묵, 명료한 논리가 이 문장들 속에 살아 있다.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사유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유르스나르가 추구한 것은 하드리아누스라는 황제의 ‘일대기’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사색이었다.
6. 우리 시대에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을 읽는다는 것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은 단순한 고전의 복원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진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와 같은 물음이다.
정보가 넘쳐나고, 감정의 소비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유르스나르의 이 책은 마치 오래된 사원의 돌기둥처럼 묵직하고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하드리아누스는 로마의 황제였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 모두의 거울이 된다.
이 책은 단지 고전 독서가를 위한 작품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문이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은 역사를 소재로 삼되, 그 너머의 진실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가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궁극적 메시지일 것이다.
추천 독서 포인트
- 반드시 천천히 읽을 것. 문장 하나하나가 사유의 밀도를 지니고 있다.
- 병렬적으로 스토아 철학이나 플라톤 철학을 읽으면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
- 고요한 밤, 차 한 잔과 함께 음미하듯 읽는 것을 추천.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Marguerite Yourcenar, 1903–1987)는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20세기 작가이자, 섬세한 문체와 철학적 깊이를 지닌 지성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문학적 성취뿐 아니라 여성 지식인으로서의 선구적인 발자취를 남기며, 프랑스 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그녀의 생애와 문학적 특징을 중심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1. 생애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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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마르그리트 앙투아네트 장 카르두(Marguerite Antoinette Jeanne Marie Ghislaine Cleenewerck de Crayenc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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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Yourcenar”는 그녀의 성(Crayencur)을 거꾸로 쓴 것에서 유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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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1903년 6월 8일, 벨기에 브뤼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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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1987년 12월 17일, 미국 메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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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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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활동 무대: 프랑스, 스위스, 미국
유르스나르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고전을 접하며 교육받았습니다.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사망했고, 아버지는 자유롭고 진보적인 교육을 통해 그녀를 지적으로 길렀습니다. 라틴어, 그리스어, 고전 문학, 철학에 조예가 깊었으며, 프랑스와 유럽 전역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토대를 쌓았습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유르스나르는 미국으로 이주했고, 평생의 동반자인 그레이스 프릭(Grace Frick)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2. 문학적 특징
① 역사와 철학의 융합
유르스나르의 작품은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되, 단순한 시대 재현을 넘어 철학적, 실존적 사유를 중심에 둡니다. 대표작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에서는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 존재와 삶, 죽음, 권력, 사랑,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을 펼쳐 보입니다.
② 고전주의적 문체와 냉정한 미학
그녀의 문장은 짧고 절제되어 있으며, 과장 없는 서술과 감정의 통제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특히 고전 문헌의 영향을 받은 문체는 ‘비극적인 품위’를 갖추고 있으며,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파고듭니다.
③ 여성 지식인으로서의 자의식
유르스나르는 페미니스트 작가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여성으로서 독립적 삶을 살고, 문학사에 남을 업적을 세운 인물입니다. 특히 남성 중심의 프랑스 아카데미에서 1980년 최초의 여성 회원이 된 사건은 문단과 사회 전반에 커다란 상징성을 지녔습니다.
3. 주요 작품
| 작품명 | 발표 연도 | 특징 |
|---|---|---|
| 『알렉시스 혹은 헛된 싸움』(Alexis ou le traité du vain combat) | 1929 | 동성애를 고백하는 한 남자의 독백 형식. 유르스나르의 데뷔작으로 자전적 색채가 강함. |
|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Mémoires d’Hadrien) | 1951 |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회고를 통해 존재와 죽음을 성찰. 대표작. |
| 『검은 제스처의 작품들』(Les œuvres noires) | 1979 |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죄악, 구원에 대한 탐구를 다룬 단편집. |
| 『동무라카 시리즈』(Le Labyrinthe du monde) | 1974~1988 | 자신의 가계사와 유럽의 정신사를 결합한 3부작 자전 소설. |
4. 프랑스 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회원
1980년, 유르스나르는 프랑스 아카데미(L’Académie française)의 40명의 종신 회원 중 첫 번째 여성으로 선출되었습니다. 1635년 설립된 이 아카데미는 오랜 시간 동안 남성 중심의 지식 권위 기관이었기에, 이 사건은 프랑스 문학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 자리에 오르면서도 스스로를 ‘문학인’이 아닌 ‘탐구자’로 여겼고, 문학이 인간의 삶과 윤리에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5. 유르스나르의 유산
유르스나르는 현대 문학의 고전주의적 전통을 계승하며, 인간 내면의 윤리와 존재론적 질문을 문학 속에 고스란히 녹여낸 작가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물음을 던지며, 시공간을 초월한 울림을 남깁니다.
그녀의 유산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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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철학화: 이야기를 넘어선 사유와 성찰의 문학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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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인간의 진실 탐구: 위대한 인물 뒤에 숨은 고독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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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지식인의 롤모델: 창조적 지성과 진정성의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