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베드로전서를 다룬 글입니다. 성경 본문의 주제를 따라 핍박받는 성도들에게 주는 위로와 소망, 성도의 거룩한 삶, 고난과 순종,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은혜라는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묵상과 적용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나그네와 같은 삶 속에서 피어나는 영광 – 베드로전서를 묵상하며

우리는 이 땅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입니다. 하지만 그 여정이 언제나 평탄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믿음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고난과 핍박, 오해와 소외가 따라옵니다. 베드로전서는 바로 이런 고난 속에 있는 성도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이며, 믿음의 경주를 완주하게 하는 은혜의 촉진제입니다.

사도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소아시아에 흩어진 성도들에게 글을 보냅니다. 당시는 네로 황제의 핍박이 극심하던 시기였고,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베드로는 깊은 애정과 권면, 소망의 메시지를 이 서신에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도 오늘의 신앙 여정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1. 선택된 자의 정체성과 소망 (1장 1~12절)

베드로는 성도들을 “흩어진 나그네”라 부릅니다. 이 땅에서의 삶은 유랑인처럼 낯설고 불편하지만, 하늘 시민권을 가진 자로서 영원한 본향을 향해 가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의 미리 아심을 따라,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으로 순종함과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택하심을 받은 자”입니다(1:2).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세상 속의 외로운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택하심을 입은 자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떤 고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소망이 우리 안에 자리합니다. 이 소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썩지 않고 더럽지 않고 쇠하지 아니하는 유업입니다(1:4). 이는 하늘에 간직된 기업이며, 믿음으로 사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능력으로 지켜지는 구원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단순히 오늘을 위한 위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과 함께 드러날 영광에 이르게 합니다. 믿음의 시련은 불로 연단한 금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고, 마침내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얻게 합니다(1:7). 이것이 바로 고난 가운데 있는 성도들에게 주어진 참된 위로와 약속입니다.


2. 거룩함으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 (1장 13절~2장)

믿음의 소망은 삶의 태도를 변화시킵니다. 사도 베드로는 “너희도 거룩한 자가 되라”고 명령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이 거룩하시기 때문입니다(1:16). 믿음은 단지 이론이나 교리로 머물러선 안 됩니다. 우리의 행실이 바뀌어야 하며,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에 걸맞는 거룩함이 삶의 열매로 드러나야 합니다.

이 거룩함은 순종과 사랑으로 나타납니다. “형제를 사랑하되 마음으로 뜨겁게 사랑하라”(1:22)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분명한 행동 지침입니다. 더불어 “갓난 아기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2:2)는 권면은 신앙의 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산 돌’이신 예수 그리스도 위에 세워진 신령한 집입니다. 우리는 왕 같은 제사장, 거룩한 나라,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입니다(2:9). 어두운 세상 가운데 ‘그의 아름다운 빛’으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답게,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즉, 우리는 세상에 동화되지 않고,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존재로 부름받았습니다.


3. 고난 속에서의 순종과 인내 (2장~3장)

성도의 삶이 언제나 인정받고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선을 행함으로 고난받는 일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이에 대해 “선을 행함으로 고난받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아름답다”(3:17)고 말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모범을 제시합니다.

“그는 욕을 당하시되 대신 욕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시며”(2:23).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가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시려고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분의 고난은 구속의 도구였고, 이제 우리의 고난도 누군가를 살리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베드로는 가정 안에서의 질서와 순종, 부부 간의 사랑과 존중도 강조합니다. 이는 고난 속에서도 서로를 붙들고 하나 되기 위한 지침입니다. 그리고 성도 간의 유대를 유지하며,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축복하라는 권면은 공동체 안에서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 됩니다.


4. 종말을 사는 자의 태도 (4장)

베드로는 말세를 살아가는 성도의 삶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으니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4:7). 그리스도인의 삶은 언제나 종말을 의식하는 삶입니다.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깨어 있음의 삶입니다. 기도에 힘쓰며, 사랑에 힘쓰고, 서로 대접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사는 삶입니다.

고난을 당할 때 두려워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고 말씀합니다(4:13).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우리는 그 영광에 함께 참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롱할지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중심과 고난을 기억하십니다.


5. 목자와 양, 겸손과 은혜 (5장)

베드로전서의 마지막 장에서는 교회 안의 질서와 지도자의 태도, 성도의 자세에 대해 권면합니다. 장로들은 하나님의 양 떼를 돌보되, 강제로 하지 말고 자원함으로 하며, 주인을 노략질하듯 하지 말고 본이 되어야 합니다. 목자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영광의 면류관을 받을 것입니다(5:4).

모든 성도는 “겸손으로 서로 허리를 동이라”고 말씀합니다. 교만은 은혜를 막지만, 겸손한 자에게는 하나님의 은혜가 넘칩니다. 고난 중에 있을지라도,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5:7)라는 말씀은 큰 위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도는 이렇게 격려합니다. “모든 은혜의 하나님, 곧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부르사 자기의 영원한 영광에 들어가게 하신 이가 잠깐 고난을 받은 너희를 친히 온전하게 하시며 굳건하게 하시며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하게 하시리라”(5:10).


마무리 묵상: 나그네의 길, 그러나 영원한 소망

베드로전서는 고난받는 성도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소망의 편지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시련, 부당한 대우, 핍박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정체성이 세상에서의 성공이나 인정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택하심과 영원한 유업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붙들게 합니다.

우리는 낙은애입니다. 그러나 목적지 없는 방황이 아닙니다. 영광의 본향으로 가는 길이며, 그 길 끝에는 우리의 참된 목자 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고난 가운데 있는 이들이 있다면, 베드로전서의 말씀을 통해 다시금 위로와 소망을 얻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눈물을 기억하시고, 믿음의 길에서 단 한 걸음도 헛되지 않게 하시는 분입니다.


기도문

주 하나님, 고난 속에 있는 자들을 위로하시는 아버지,
이 땅에서 낯선 자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원한 소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베드로전서의 말씀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 붙잡고,
어떤 시련 속에서도 거룩함과 믿음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우리의 모든 염려를 주님께 맡기며,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함으로 영광에도 함께 이르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