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7편 10절에서 20절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편 77:10-20 (개역개정)

10 또 내가 말하기를 이는 나의 잘못이라 지존자의 오른손의 해 곧 여호와의 일들을 기억하며

11 주께서 옛적에 행하신 기이한 일을 기억하리이다

12 또 주의 모든 일을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주의 행사를 낮은 소리로 되뇌이리이다

13 하나님이여 주의 도는 극히 거룩하시오니 하나님과 같이 위대하신 신이 누구오니이까

14 주는 기이한 일을 행하신 하나님이시라 민족들 중에 주의 능력을 알리시고

15 주의 팔로 주의 백성 곧 야곱과 요셉의 자손을 속량하셨나이다 (셀라)

16 하나님이여 물들이 주를 보았나이다 물들이 주를 보고 두려워하며 깊음도 진동하였고

17 구름이 물을 쏟아내고 궁창이 소리를 내며 주의 화살도 날아갔나이다

18 회오리바람 중에 주의 우렛소리가 있으며 번개가 세계를 비추며 땅이 흔들리고 움직였나이다

19 주의 길이 바다에 있었고 주의 곧은 길이 큰 물에 있었으나 주의 발자취를 알 수 없었나이다

20 주의 백성을 양 떼 같이 모세와 아론의 손으로 인도하셨나이다

 


이 부분은 시편 기자가 자신의 고통과 의심 속에서 하나님의 옛적 행하심을 기억하고 묵상하며 다시금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구원의 능력을 찬양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건져내신 출애굽 사건을 회상하며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시편 77편 10절에서 20절 말씀은 절망과 의심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기억하고 묵상함으로써 소망을 회복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본문입니다. 이 시편은 개인적인 고난에서 시작하여 결국 하나님의 위대한 행하심을 찬양하는 신앙 고백으로 나아갑니다.


본문 요약

시편 77편 전체는 시인의 깊은 고뇌와 탄식으로 시작됩니다. 특히 10절부터 20절은 시인이 이러한 고뇌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님의 과거 행하심을 의도적으로 기억하고 묵상하는 전환점을 보여줍니다.

  • 10-12절: 기억의 전환: 시인은 “이는 나의 잘못이라 지존자의 오른손의 해 곧 여호와의 일들을 기억하며”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잘못된 생각과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기로 결단합니다. 그는 옛적에 행하신 기이한 일들을 기억하고, 주의 모든 일을 작고 낮은 소리로 읊조리며 되새기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영적인 회복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 13-15절: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능력 찬양: 시인은 하나님의 도가 지극히 거룩하시며, 하나님과 같이 위대하신 신이 없음을 선포합니다. 주님은 기이한 일을 행하시며, 민족들 중에 주의 능력을 알리셨다고 고백합니다. 특히 15절에서는 주의 팔로 주의 백성 곧 야곱과 요셉의 자손을 속량하셨다고 말하며, 이스라엘의 구원 역사를 언급하여 하나님의 능력을 구체화합니다. 이는 출애굽 사건을 암시하며, 하나님의 구원 의지와 능력을 강조합니다.

  • 16-19절: 창조 질서와 출애굽 사건의 재현: 시인은 하나님 앞에서 자연 만물이 순종하고 반응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물들이 주를 보고 두려워하며 깊음이 진동하고, 구름이 물을 쏟아내고 궁창이 소리를 내며 주의 화살이 날아갔다고 표현합니다. 회오리바람 중의 우렛소리, 번개, 땅의 흔들림 등은 하나님의 위엄과 통치를 보여줍니다. 19절은 특히 “주의 길이 바다에 있었고 주의 곧은 길이 큰 물에 있었으나 주의 발자취를 알 수 없었나이다”라고 말하며, 홍해를 가르신 기적을 연상시킵니다. 이는 하나님의 행동이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며, 그분의 길은 헤아릴 수 없음을 나타냅니다.

  • 20절: 구원의 완성: 마지막으로 시인은 “주의 백성을 양 떼 같이 모세와 아론의 손으로 인도하셨나이다”라고 마무리하며,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신실하게 인도하시고 보호하셨음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과거 구원 행위가 현재에도 유효하며,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제공합니다.


신학적 해석

시편 77편 10-20절은 여러 중요한 신학적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1. 고통 속에서의 하나님의 주권 인정 (신정론적 관점)

시편 기자는 극심한 고통과 영적 침체 속에서 하나님의 선하심과 공의에 대한 의심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통의 원인을 하나님께 돌리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의 위대한 행하심을 기억하기로 결단합니다(10절). 이는 고난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유한함을 인정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상황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고백하는 신학적 태도입니다. 하나님의 주권은 단순히 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그의 거룩하심과 구원의 의지 속에서 나타나는 사랑과 신실함의 표현입니다.

2. 구원 역사(Heilsgeschichte)의 중요성

본문의 핵심은 하나님의 과거 구원 역사에 대한 기억과 묵상입니다. 특히 출애굽 사건은 구약 성경에서 하나님의 능력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자, 이스라엘 백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구원 사건으로 repeatedly 강조됩니다. 시인은 홍해를 가르신 사건(16-19절)과 모세와 아론을 통한 인도(20절)를 언급하며, 하나님이 한 번 행하신 구원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신실하게 그의 백성과 함께하시는 증거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구원 역사가 현재의 믿음과 소망의 근거가 된다는 중요한 신학적 진리를 제시합니다. 오늘날 성도들에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 우리의 구원 역사이며, 이를 기억하고 묵상함으로써 흔들리는 믿음을 굳건히 할 수 있습니다.

3.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

13절에서 “하나님이여 주의 도는 극히 거룩하시오니 하나님과 같이 위대하신 신이 누구오니이까”라고 고백하는 것은 하나님의 초월성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는 분이시며, 그분의 길은 측량할 수 없습니다(19절).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위해 자연 만물을 움직이시고, 역사 속에 개입하시며, 모세와 아론을 통해 백성을 인도하시는 내재적인 분이십니다. 초월적인 하나님이 동시에 인간 역사에 깊이 관여하신다는 이 신학적 역설은 하나님이 단순한 우주적 원리가 아니라, 살아 계신 인격적인 분이심을 보여줍니다.

4. 경외감과 경배

하나님께서 자연 만물을 통치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모습(16-18절)은 인간에게 경외감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물들이 주를 보고 두려워하며 진동하고, 구름과 궁창이 소리를 내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의 위엄 앞에 피조물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경외감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거룩하심에 대한 깊은 존경과 경배로 이어집니다. 시인은 이러한 경외감을 통해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는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겸손하게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5. 신앙 공동체의 중요성

비록 개인적인 고뇌에서 시작되었지만, 시인이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주의 백성’, ‘야곱과 요셉의 자손’**으로 표현하는 것은 개인이 속한 신앙 공동체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15절, 20절). 하나님의 구원은 특정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약속의 백성 전체에게 임하며, 그들을 통해 역사를 이루어 가십니다. 이는 개인의 신앙이 공동체의 유산과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며, 공동체의 구원 역사가 개인의 신앙에 깊은 영향을 미침을 암시합니다.


깊이 있는 묵상

시편 77편 10-20절은 단순히 하나님의 위대한 행하심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고통과 의심 속에서 어떻게 신앙의 회복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1. 고통 속에서의 “의도적 기억”

시편 기자는 10절에서 “이는 나의 잘못이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잘못된 시각이나 믿음의 부족을 인정합니다. 그리고는 **능동적으로 하나님의 일들을 “기억하리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고통스러운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끌어내어 묵상하는 의지적인 행위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어려움과 절망을 겪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쉽게 과거의 실패나 미래의 불확실성에 갇히곤 합니다. 그러나 시편 기자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우리 삶과 인류 역사 속에서 베푸신 은혜와 기적들을 의도적으로 기억해야 함을 가르쳐 줍니다. 우리가 지금 어렵다고 해서 하나님이 침묵하시거나 무능력해진 것이 아님을 상기해야 합니다.

2. 침묵 속에서의 “작은 소리 읊조림”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주의 행사를 낮은 소리로 되뇌이리이다” (12절)라는 구절은 내면의 깊은 묵상과 반복적인 되새김을 의미합니다. 이는 소리 높여 외치는 찬양이 아니라, 고요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영적인 작업입니다. 우리가 깊은 고뇌에 빠질 때, 세상의 소리는 시끄럽고 하나님의 음성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시인은 외부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신, 내면으로 침잠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되뇌이고, 그분의 행하심을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과정은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의 진리로 채워지고, 불필요한 생각들이 제거되는 정화의 시간입니다. 때로는 가장 깊은 위로와 확신이 고요한 묵상 속에서 찾아옵니다.

3. 통제 불가능한 자연 속 하나님의 통치

16-19절에서 묘사되는 자연 현상(물, 구름, 번개, 회오리바람, 바다)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거대한 힘을 상징합니다. 고대 근동 세계에서 이러한 자연 현상들은 종종 신들의 권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시인은 이러한 통제 불가능한 자연 만물조차도 하나님의 명령 앞에 순종하고 두려워하며 진동한다고 묘사합니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닥쳐올지라도, 그 모든 것 위에 하나님의 주권적인 통치와 섭리가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주의 발자취를 알 수 없었나이다” (19절)는 하나님의 길과 계획이 인간의 이성으로 완전히 헤아릴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겸손한 고백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을 다 알 수 없지만, 그분의 선하심과 능력을 신뢰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4. 과거의 기적을 현재의 소망으로 연결

출애굽 사건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큰 기적적인 구원의 상징입니다. 시인은 이 과거의 사건을 단순히 옛날이야기로 치부하지 않고, 현재의 절망을 극복하는 강력한 근거로 삼습니다. 하나님께서 과거에 불가능해 보이는 홍해를 가르고, 광야에서 백성을 인도하셨던 것처럼, 지금도 그분은 동일한 능력으로 우리를 구원하시고 인도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대한 굳건한 믿음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변치 않는 성품과 과거의 은혜를 기억할 때, 현재의 어려움은 더 이상 압도적인 장벽이 아니라,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를 경험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5. 하나님의 목자 되심

“주의 백성을 양 떼 같이 모세와 아론의 손으로 인도하셨나이다” (20절)는 하나님의 목자 되심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양 떼는 목자 없이는 길을 잃고 위험에 처하기 쉬운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직접 모세와 아론과 같은 지도자들을 세워 가장 안전하고 최선의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거나 혼란스러워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선한 목자가 되시어 언제나 우리를 인도하시고 보호하시며,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분이십니다. 이 확신은 우리의 불안을 잠재우고 평안을 가져다줍니다.


기도문

사랑과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

시편 77편 10절에서 20절 말씀을 통해 제 마음의 깊은 곳을 비추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주님, 때로는 제 마음이 깊은 고통과 의심에 잠겨 헤어나오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주님의 선하심을 의심하고, 주님의 능력을 망각하며, 모든 상황이 저의 통제 밖에서 혼란스럽게 흘러간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연약한 마음과 믿음 없음을 주님 앞에 고백합니다. 용서하여 주옵소서.

시편 기자가 고백했던 것처럼, “이는 나의 잘못이라” 인정하며, 주님으로부터 멀어진 저의 시선을 다시 주님께로 돌리기를 원합니다. 저의 시선을 현실의 문제와 고통에만 고정시키는 대신, 주님께서 옛적에 행하신 기이한 일들을 기억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노예 상태에서 건져내시고, 광야에서 그들을 먹이시며, 홍해를 가르시고, 반석에서 물을 내신 그 놀라운 능력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주님께서는 과거의 하나님만이 아니라, 지금도 동일하게 살아 역사하시는 분이심을 믿습니다.

주님의 모든 일을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주님의 행사를 낮은 소리로 되뇌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저의 마음을 다스려 주옵소서. 세상의 소음과 불안한 생각들 속에서도 주님의 음성을 듣고, 주님의 말씀에 집중할 수 있는 영적인 귀와 마음을 허락하옵소서. 고요한 묵상 속에서 주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주님의 거룩하심과 위대하심을 깊이 깨달아 알게 하옵소서.

하나님과 같이 위대하신 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님은 기이한 일을 행하시며, 만물을 통치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십니다. 주님 앞에서 물들이 두려워하고, 구름이 소리를 내며, 번개가 세계를 비추는 것처럼, 모든 피조물이 주님의 권능 앞에 복종함을 기억합니다. 저의 삶에서 감당할 수 없는 파도와 같은 어려움이 닥쳐올 때에도, 그 모든 것 위에 주님의 주권적인 손길이 있음을 신뢰하게 하옵소서. 주님의 길이 바다에 있고, 주의 발자취를 알 수 없을지라도, 그 모든 길이 저를 향한 선한 계획 속에 있음을 믿게 하옵소서.

사랑하는 목자이신 주님, 주님께서는 저희를 양 떼 같이 모세와 아론의 손으로 인도하셨던 것처럼, 지금도 저의 삶을 친히 인도하고 계십니다. 때로는 제가 길을 잃고 방황할 때도 있지만, 주님은 신실하게 저의 손을 붙드시고 가장 안전한 길로 이끄시는 분이심을 확신합니다. 제 삶의 모든 순간마다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주님의 뜻에 순종하게 하옵소서.

이 모든 고백과 간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