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겔 18장 21절~32절(개역개정) 본문입니다.
에스겔 18:21~32 (개역개정)
21 그러나 악인이 만일 그가 행한 모든 죄에서 돌이켜 떠나 내 모든 율례를 지키고 정의와 공의를 행하면 반드시 살고 죽지 아니할 것이라
22 그 범죄한 것이 하나도 기억함이 되지 아니하리니 그가 행한 공의로 인하여 살리라
23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어찌 악인이 죽는 것을 조금인들 기뻐하랴 그가 돌이켜 그 길에서 떠나 사는 것을 어찌 기뻐하지 아니하겠느냐
24 그러나 의인이 만일 돌이켜 그 의에서 떠나 범죄하고 악인이 행하는 모든 가증한 일을 따라 하면 그가 살겠느냐 그가 행한 의로운 일이 하나도 기억함이 되지 아니하리니 그가 범한 허물과 그가 지은 죄 때문으로 죽으리라
25 그러나 너희는 이르기를 주의 길이 공평하지 아니하다 하는도다 이스라엘 족속아 들으라 내 길이 어찌 공평하지 아니하냐 너희 길이 공평하지 아니한 것이 아니냐
26 만일 의인이 돌이켜 그 의에서 떠나 범죄하고 그로 말미암아 죽으면 그는 그 범죄한 그 죄로 말미암아 죽는 것이요
27 만일 악인이 돌이켜 그 행한 악에서 떠나 정의와 공의를 행하면 그 영혼을 보존하리니
28 그가 스스로 헤아리고 그 행한 모든 죄에서 돌이켰으므로 반드시 살고 죽지 아니하리라
29 그러나 이스라엘 족속은 이르기를 주의 길이 공평하지 아니하다 하는도다 이스라엘 족속아 나의 길이 어찌 공평하지 아니하냐 너희 길이 공평하지 아니한 것이 아니냐
30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이스라엘 족속아 내가 너희 각 사람이 행한 대로 심판할지라 너희는 돌이켜 회개하고 모든 죄에서 떠날지어다 그리하면 죄악이 너희에게 걸림돌이 되지 아니하리라
31 너희는 범한 모든 죄악을 버리고 마음과 영을 새롭게 할지어다 이스라엘 족속아 너희가 어찌하여 죽고자 하느냐
32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나는 죽는 자의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노니 너희는 스스로 돌이키고 살지니라
에스겔 18:21–32 묵상 에세이
(개역개정 본문을 바탕으로)
1) 본문 요약
에스겔 18:21–32는 하나님께서 “각 사람이 행한 대로 심판”(18:30)하신다는 원리를 분명히 하면서도, 악인이 돌이켜(회개하여) 정의와 공의를 행하면 “반드시 살고 죽지 아니할 것”(18:21–22)이라 약속하신 말씀입니다. 반대로 의인이더라도 그 의에서 돌이켜 악을 행하면 그 죄로 인해 죽음에 이른다고 경고합니다(18:24, 26). 이스라엘이 “주의 길이 공평하지 않다”(18:25, 29)며 항의하지만, 하나님은 불공평한 것은 하나님의 길이 아니라 너희의 길이라고 단언하십니다. 결론부에서 하나님은 “범한 모든 죄악을 버리고 마음과 영을 새롭게 하라”(18:31)고 촉구하시며, 자신이 “죽는 자의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한다”(18:32)고 밝히십니다. 따라서 이 단락은 개인적 책임, 회개의 실재,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라는 세 축으로 읽힙니다.
2) 신학적 해석
(1) 언약의 책임성과 ‘돌이킴’의 신학
바빌론 포로기의 이스라엘은 “조상 탓” 또는 “집단 운명”으로 자신의 현재를 합리화했습니다(참조 18:2의 “신 포도” 속담). 그러나 하나님은 개인적 도덕 책임을 재천명하십니다. 악의 연속선 위에 있던 사람이라도 회개하여 삶을 바꾸면 과거의 죄가 더 이상 “기억함이 되지 아니하리니”(18:22) 새 현실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회개는 감정적 후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율례를 지키고 정의·공의를 실제로 행하는 방향 전환(행위의 회개)입니다(18:21, 27). “돌이킴”(שׁוּב, 슈브)은 구약 전체를 관통하는 언약적 동사로, 관계의 재정렬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죄인을 처벌하기에 급급한 분이 아니라, 돌이켜 살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분이십니다(18:23, 32).
(2)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의 긴장과 조화
본문은 한편으로 공의의 대칭성—의인은 살고 악인은 죽는다—를 선명히 하면서(18:26), 다른 한편으로 자비의 비대칭성—악인이 돌이키면 과거의 죄를 기억하지 않으신다—을 선언합니다(18:22, 28). 인간 경험은 종종 반대입니다. 사람은 타인의 과거를 오래 기억하고 낙인찍지만, 하나님은 회개한 자의 과거를 의도적으로 기억하지 않으십니다. 공의는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하고, 자비는 돌이킨 자를 새 출발로 이끕니다. 이 둘은 하나님의 성품 안에서 긴장 없이 조화를 이룹니다.
(3) ‘의에서 떠남’의 경고: 신앙의 현재성
“의인이 만일 돌이켜 그 의에서 떠나 범죄”(18:24)하면 과거의 의가 면죄부가 되지 않습니다. 신앙은 정적 상태가 아니라 현재적 순종입니다.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보다 ‘지금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가 결정적입니다. 구원론적으로 말하면, 본문은 공로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약 관계의 실제성을 일깨웁니다. 하나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는 지속적 돌이킴과 순종 속에서 확인됩니다.
(4) ‘마음과 영을 새롭게 하라’: 내면 변혁의 요청
18:31의 “마음과 영을 새롭게 하라”는 도덕적 자기계발을 넘어 존재의 갱신을 지향합니다. 에스겔은 후반부(36:26–27)에서 “새 마음”, “새 영”, “내 영을 너희 속에 두겠다”는 약속을 확장합니다. 여기서는 호소형으로 제시되지만, 성경 전체의 흐름에서 이 요청은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와 인간의 응답이 맞물려 실현됩니다. 곧, “너희가 새롭게 하라”는 명령은 “내가 새롭게 하겠다”는 약속으로 뒷받침됩니다.
(5) ‘하나님 길의 공평’에 대한 변증
이스라엘의 불평(18:25, 29)은 두 가지 오해에서 나옵니다.
- 집단주의적 면책: 조상과 공동체의 죄에 자신을 융합시켜 개인책임을 흐리는 태도.
- 과거 공적의 누적 착시: ‘한때 의로웠으니 앞으로도 안전하다’는 착각.
하나님의 길은 단순합니다. 현재적으로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는 자는 산다. 현재적으로 의를 버리고 악을 행하는 자는 죽는다. 이는 가혹함이 아니라 공평의 표준입니다(18:30).
3) 관련 말씀 구절과 연결
- 에스겔 33:11 –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는 것이 어찌 죽는 것보다 낫지 아니하냐”는 하나님의 심정 재확인.
- 이사야 55:7 – “악인은 그의 길을, 불의한 자는 그의 생각을 버리고 여호와께로 돌아오라… 그가 긍휼히 여기시리라.” 에스겔의 “돌이킴”과 직결.
- 시편 51:10 –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18:31의 “마음과 영을 새롭게”와 공명.
- 예레미야 31:31–34 – 새 언약 약속: 율법이 마음에 기록됨. 에스겔의 내면 변혁 모티프와 병행.
- 에스겔 36:26–27 – 새 마음·새 영·성령의 내주. 18장의 요청이 36장에서 약속으로 구체화.
- 신명기 30:19–20 – “생명과 사망… 택하라.” 에스겔 18장의 생명/죽음 선택 구조를 선취.
- 요엘 2:12–13 –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그는 은혜로우시며…” 회개의 본질과 하나님의 성품.
- 마태복음 3:8 –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행위로 입증되는 회개의 실천성.
- 누가복음 15장 – 탕자의 귀환: 돌이킴과 아버지의 환대. 18:23, 32의 신적 기쁨과 상응.
- 사도행전 3:19 –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을 받으라.” 구약-신약을 관통하는 돌이킴의 복음.
- 고린도후서 5:17 –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 새 마음·새 영의 성취.
- 로마서 2:4 –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너를 인도하여 회개하게 하심.” 18:23, 32의 하나님의 마음을 신약적으로 해석.
- 로마서 6:23 – “죄의 삯은 사망” — 에스겔의 사망 경고와 교차 확인.
- 에스겔 18:4 – “범죄하는 그 영혼은 죽으리라.” 장 전체의 주제 문장.
4) 깊이 있는 묵상과 적용
(1) 회개는 기억의 재정렬이다
하나님은 돌이킨 자의 과거 죄를 기억하지 않으신다(18:22). 그러나 우리는 과거를 쉽게 놓아주지 못합니다. 내 죄에 대해서는 잊고 싶어 하고, 타인의 죄는 오래 기억합니다. 하나님의 기억 방식을 본받는 것이 회개의 완성입니다. 우리 공동체는 회개한 사람에게 새 출발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가?
(2) ‘지금’의 선택이 ‘전부’를 결정한다
에스겔은 과거형 신앙을 해체합니다. “한때”가 아니라 “지금”이 중요합니다(18:24, 26). 오늘 내가 택하는 길—작은 정직, 작지 않은 정의—이 생명을 향한 하나님의 길과 맞닿아 있습니다. 반복되는 작은 선택이 영혼의 방향성을 빚습니다.
(3) 정의와 공의는 회개의 열매다
회개는 내면의 탄식만이 아니라 관계와 구조 속의 실천으로 드러납니다(18:21, 27). 가정·직장·사회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태도, 약자 보호, 공정한 거래, 언어의 절제와 진실함—이것이 “살게 하는 회개”입니다.
(4) 하나님의 공평을 오해할 때
이스라엘은 “주의 길이 공평하지 않다”(18:25, 29)고 했습니다. 오늘 우리도 “왜 악인은 번성하고 의인은 고난받는가?”라 묻습니다. 에스겔은 단박에 통계적 번영을 말하지 않습니다. 궁극적 심판과 현재의 방향성을 말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돌이키라 부르시며, 그 부름 앞의 응답이 공평의 기준입니다.
(5) 마음과 영의 새로움: 영성의 에너지 전환
“마음과 영을 새롭게 하라”(18:31)는 말은 신앙의 내적 동력 교체를 요청합니다. 억지로 꾸역꾸역이 아니라, 성령이 주시는 새 동기로 행하는 선입니다. 이는 기도·말씀·공동체의 상호 교제 속에서 길러집니다. 영적 피로가 오래 쌓였다면, 하나님께 동력의 교체를 간구하십시오.
묵상 질문
- 나는 최근 무엇에서 돌이켰는가? 구체적 행동 변화가 있었는가?
- 내 삶에서 정의와 공의는 어떤 선택으로 드러나는가?
- 나는 타인의 과거를 얼마나 오래 기억하며 판단하는가?
- 하나님의 기억하지 않으심을 믿고 나 자신을 자유롭게 살고 있는가?
- 오늘 “마음과 영의 새로움”을 위해 어떤 습관 하나를 바꿀 것인가?
(6) 공동체적 적용
- 회복의 문화: 실패자에게 재기 기회를 제공하고, 회개한 자를 환대하는 규범 만들기.
- 구조적 공의: 조직 내 평가·보상 체계를 투명하게, 약자에게 더 가까이.
- 회개 리터지: 예배에서 죄 고백과 용서 선언을 더 분명히 하여, 개인·공동체의 방향 전환을 습관화.
5) 본문 주해 포인트(간단 주석)
- “돌이켜 떠나”(18:21) – 단순 중지(stop) 이상의 **방향 전환(turn)**입니다. 한 경로에서 내려와 반대 경로로 걷기 시작하는 것.
- “기억함이 되지 아니하리니”(18:22) – 사법적 맥락의 불기억 선언. 언약 재개를 위한 하나님의 결단.
- “의인이… 떠나 범죄하면”(18:24) – 신앙의 과거 공로 축적론에 대한 해체. 성경의 구원은 관계적 현재성에 있습니다.
- “공평하지 아니하다”(18:25, 29) – 인간적 공평(상대적 비교) vs. 신적 공평(관계적 응답).
- “마음과 영을 새롭게”(18:31) – 도덕 개선만이 아닌 존재론적 갱신. 에스겔 36장의 약속과 상호 해석.
- “나는 죽는 자의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한다”(18:32) – 심판의 목적은 멸절이 아니라 돌이킴입니다.
6) 실제 삶을 위한 7가지 실천
- 작은 정직부터: 오늘 하나의 보고서, 하나의 영수증, 하나의 말에서 정직을 선택.
- 관계 회복 시도: 미뤄둔 사과·화해를 위한 메시지 보내기.
- 약한 자 편들기: 주변의 소외된 동료에게 구체적 도움(점심 초대, 프로젝트 정보 공유 등).
- 양심의 즉시성: 잘못이 인지되면 그날 안에 즉시 돌이키는 습관.
- 기억 훈련: 타인의 과거 잘못을 떠올릴 때마다 본문 18:22을 암송·묵상하여 불기억의 훈련.
- 의의 루틴: 매주 한 번 ‘정의의 실천’(기부·봉사·정책 참여·선한 영향력 콘텐츠 제작 등) 루틴화.
- 새 동력 기도: 아침마다 “새 마음·새 영” 1분 기도.
7) 기도문
(1) 개인 기도
자비와 공의의 하나님 아버지,
죽는 자의 죽음을 기뻐하지 않으시고, 돌이켜 살라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 앞에 섭니다.
제 과거의 죄를 끝없이 곱씹으며 스스로를 묶고, 타인의 과거는 오래 기억하며 판단했던 제 교만을 용서하소서.
오늘, 지금, 이 순간 돌이키게 하소서.
악에서 떠나 주의 율례를 지키고 정의와 공의를 행하는 삶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하소서.
“마음과 영을 새롭게 하라” 하셨사오니, 성령께서 제 안에 새 마음을 창조하시고 새 영을 부어 주소서.
억지로 선을 행하는 자가 아니라, 주님의 기쁨을 따라 자유로이 선을 행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과거의 의에 머물러 안주하지 않게 하시고, 오늘의 순종으로 주님을 사랑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 공동체 기도
생명을 기뻐하시는 하나님,
우리 공동체가 회개한 자를 다시 일으키는 회복의 문화가 되게 하소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되, 정죄가 아닌 자비로운 정의로 서로를 대하게 하소서.
지도자와 구성원 모두가 현재의 순종으로 자신을 점검하게 하시고, 구조와 제도가 약자에게 더 가까이 가게 하소서.
예배와 삶이 분리되지 않게 하시고, 주일의 고백이 월요일의 결정으로 이어지게 하소서.
새 마음과 새 영으로, 이 도시와 이 시대 속에서 살게 하는 회개를 증언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맺음말
에스겔 18:21–32는 “돌이켜 살라”는 하나님의 간절한 호소입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우시며 동시에 자비로우십니다. 그분의 공의 앞에서 우리는 현재의 선택을, 그분의 자비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얻습니다. 오늘 우리의 작은 순종이 생명의 길을 여는 결정적 방향 전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