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9:25~33 묵상

1. 본문 요약

로마서 9장 25절부터 33절은 사도 바울이 구약의 말씀, 특히 호세아와 이사야의 예언을 인용하면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바울은 먼저 호세아의 예언을 인용하면서, 원래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었던 자들(즉, 이방인들)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사랑받지 못하던 자들이 사랑받는 자가 되었다고 말한다(25-26절). 이는 하나님의 구원이 유대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민족을 향해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사야의 예언을 인용하면서, 비록 이스라엘 자손의 수가 바다의 모래처럼 많다 해도 남은 자만이 구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선포한다(27-29절). 이는 민족적 혈통만으로는 구원이 보장되지 않음을 뜻하며, 오히려 하나님의 선택과 은혜 안에 있는 ‘남은 자’가 구원받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이방인과 이스라엘의 상황을 대조한다. 의를 구하지 않았던 이방인들은 믿음으로 의를 얻었지만, 의의 법을 따르려 했던 이스라엘은 행위에 집착하다가 결국 의에 이르지 못했다(30-32절). 그 이유는 믿음을 통해서가 아니라 행위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부딪힐 돌”, 곧 예수 그리스도에게 걸려 넘어졌다. 그러나 시온에 두신 반석, 곧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으며 본문은 마무리된다(33절).


2. 신학적 해석

이 본문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 속에서 “선민 이스라엘”과 “이방인”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며, 구원은 혈통이나 율법적 행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믿음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한다.

  1.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과 은혜 (25-26절)
    바울이 호세아를 인용한 것은 구약의 맥락을 넘어선 신학적 확장이다. 본래 호세아에서 “내 백성 아님”은 배교한 이스라엘을 가리켰지만, 바울은 그것을 이방인들에게 적용한다. 이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주권적 뜻에 따라 누구든지 새로운 언약 백성으로 삼으실 수 있음을 드러낸다. 구원은 혈통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의 문제이다.
  2. 남은 자 사상 (27-29절)
    이사야가 말한 “남은 자”는 이스라엘이 전부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붙든 소수의 사람들만이 참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이는 바울이 말하는 “영적 이스라엘”의 개념과 연결된다(롬 9:6). 따라서 하나님의 구원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응답하는 자들에게만 주어진다.
  3. 믿음과 행위의 대조 (30-32절)
    이방인들은 율법도, 언약도, 선민의 배경도 없었지만 오히려 믿음으로 의에 이르렀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율법을 통해 의를 얻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 이유는 “믿음이 아닌 행위”에 의지했기 때문이다. 바울은 이 점을 통해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합 2:4)는 구약의 핵심 진리를 다시 확인한다.
  4. 걸림 돌이신 그리스도 (33절)
    바울은 이사야 28:16과 8:14을 인용하여, 그리스도가 어떤 이들에게는 구원의 반석이지만,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걸림 돌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구원의 핵심이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분을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본문은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선택 안에서 믿음으로 이루어진다는 신학적 핵심을 드러내며, 그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가 계심을 선포한다.


3. 관련 말씀 구절

  • 호세아 2:23: “내가 나를 위하여 그를 이 땅에 심고 긍휼히 여기지 아니하던 자를 긍휼히 여기며 내 백성 아니었던 자에게 향하여 이르기를 너는 내 백성이라 하리니 그들은 이르기를 주는 내 하나님이시라 하리라 하시니라.”
  • 이사야 10:22-23: “이스라엘이여 네 백성이 바다의 모래 같을지라도 남은 자만 돌아오리니 넘치는 공의로 파멸이 작정되었음이라.”
  • 이사야 28:16: “그러므로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이르시되 보라 내가 한 돌을 시온에 두어 기초를 삼았노니 곧 시험한 돌이요 귀하고 견고한 기초 돌이라 그것을 믿는 이는 다급하게 되지 아니하리로다.”
  • 하박국 2:4: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 베드로전서 2:6-8: 베드로 또한 그리스도를 “모퉁이의 머릿돌”로 언급하며, 믿는 자에게는 존귀하나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걸림 돌이 됨을 말한다.

4. 깊이 있는 묵상

이 본문은 오늘날 신앙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도 큰 도전을 준다.

첫째, 신앙의 중심은 혈통이나 배경이 아니라 믿음이다.
이스라엘이 구원에서 실패한 이유는 율법과 전통에 의지하면서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믿음 관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신앙의 본질을 잊고 종교적 행위나 형식에 매달릴 때 같은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나는 과연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믿음을 붙잡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신앙 습관에 안주하고 있는가 돌아봐야 한다.

둘째, 하나님의 은혜는 이방인에게도, 모든 민족에게도 열려 있다.
본래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었던 이방인들이 믿음을 통해 구원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오늘 우리 역시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아무 자격이 없음을 상기시킨다. 구원은 전적으로 은혜이며, 그 은혜에 대한 응답은 믿음뿐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자랑은 전혀 있을 수 없고, 오직 주님의 십자가만 자랑해야 한다.

셋째, 그리스도는 반석이자 걸림 돌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믿는 자에게는 구원의 반석이지만, 믿지 않는 자에게는 걸림 돌이 된다. 이는 우리에게 복음 전파의 긴박성을 일깨운다.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명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다. 그렇기에 우리는 담대히 복음을 증거해야 하며,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믿음 위에 서야 한다.

넷째, 남은 자 신앙의 중요성
이스라엘 가운데 남은 자만이 구원받는다는 사실은, 하나님 앞에 진정으로 믿음을 지키는 소수가 언제나 존재함을 말한다. 오늘날 교회와 세상 속에서 진리와 믿음을 지키는 자가 과연 누구인지 질문하게 된다. 내가 그 ‘남은 자’의 신앙을 소유하고 있는가? 믿음으로 끝까지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고 있는가 성찰해야 한다.

결국 이 본문은 우리에게 믿음의 본질, 은혜의 주권, 그리스도의 중심성을 다시금 선명하게 보여준다. 신앙은 내가 쌓는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은혜를 믿음으로 붙드는 순전한 의탁이다.


5.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오늘 말씀을 통해 구원이 나의 혈통이나 노력에 달려 있지 않고, 오직 주님의 은혜와 믿음에 달려 있음을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종종 신앙의 본질을 잊고, 행위와 형식에 의지하려 합니다. 그러나 주님, 저의 공로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만이 제 구원의 근거임을 고백합니다.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오직 믿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이스라엘 중에서도 남은 자만이 구원받았듯, 오늘 이 시대에도 참된 믿음을 가진 ‘남은 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세상의 유혹과 형식적 신앙 속에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붙잡는 자로 서게 하옵소서.

또한 저를 걸림 돌 대신 구원의 반석이신 예수님께 굳건히 세워 주시고, 그 은혜를 아직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담대함을 허락하소서.

주님, 사랑받지 못하던 이방인인 저를 하나님의 자녀라 불러 주셨듯, 저도 이제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제 삶이 주님의 은혜를 드러내고, 믿음을 증거하는 도구가 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